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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PANTILA

충격과 공포의 추간판탈출증 수술기 3탄

" 허리디스크는 다리에서부터 통증이 시작되는데 그 동안 증상이 전혀 없었나요?"

 

그동안? 그동안이라니?그동안 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말하는 거에요 ?도대체  그건 무슨 뜻이에요?

 

 

 

" 디스크속을 채우고 있는 수핵은 액체가 아니고 젤리 타입이에요 , 어떠한 계기로 인해서 수핵을 감싸고 있는 디스크막이 찢어지면 왈칵 쏟아지는게 아니라 

  천천히 흘러내려요. 여기를 보세요.다른 디스크들과 차이가 느껴지나요?  두께가 많이 다르죠? 디스크는 아래로 갈수록 두꺼워요.

  환자는  가장 두꺼워야 할 디스크가 가장 얇습니다 .흘러내린 이 덩어리도 보시고 ...지금 환자 상태를 보면 최근 1~2년새에 진행된게 아닙니다.

  꽤 오랜시간 진행이 되어 왔다고 봐야죠."

 

 

젊은 의사는 날 환자라고 칭하며 친절하고 자세히 알려주었지만 나는 말을 잃었다. 보통이라면 이것저것 물어보는게 정상이지만 내겐 온전한 정신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의사의 말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그 날 .

 

 

 

 

y 언니의 전화를 받은건 2005년 7월쯤 ? 마지막으로 얼굴 본지 5년만이다

2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나오다 , 빈 공간에 잘못 놓여진 발판을 밟고  나는 1층으로 추락했다

무겁고 둔탁한 나무계단 10여개 이상을 미끄럼틀 타듯  등으로 탁탁탁 떨어진 것이다.

몸이 나무계단에 부딪는 소리는 꽤 컸고 ,  1층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날 지나가던 사람이  괜찮냐며 일으켜 주었다  

놀라 뛰어나온 식당주인에게 나는  발판 똑바로 놓으라고  있는성질  없는성질 부렸고  주인은 미안하다며 거듭 사과하며 다친곳은 없냐고 물었다

내가 조금만 더 생각이 깊었더라면   주인에게 책임을 묻고  병원으로 직행해 정밀검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요란한 소리에 비해 별다른 아픔이 없었던 난 , 짜증만 남겨놓고 그 자리를 떴다 .

티셔츠 한 장 입고 그 모든 충격을 받아내야만 했던 가련한 내 등은 신경도 안 쓴 것이다.

 

 

 

그 날은 내게 어떤 날이었을까? 내 인생의 사고라면 유일한 사고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 .

낮엔  사무실앞 사거리를 건너려다 신발끈이 떨어져 도로 사무실로 올라왔고 저녁엔 계단을 굴렀다 .

그렇게 등이 아닌 목으로 떨어져 목을 다쳤다면?? 끔찍하다 .물론 허리도 끔찍하다

 

 

 

 

종아리가 조금 시린듯한 느낌이 생긴건 2007년 7월쯤 . 계단에서 구른지 2년 만이다.

고등학생때 침 맞은 다리인데다 비오는 날 북쪽에 앉아있어서 한기탓이려니 하고 넘어갔다.

이후 동일한 느낌이 자주 찾아왔지만  둔한 난  그러려니 했고 , 오래 걸은것처럼 다리가 아픈날도 생겼다.

디스크 환자에서 흔히 보이는 다리저림은 결코 아니었다

겨울이 되면 시린 느낌은 더 많이 또렷하게 찾아왔고 , 의자에 앉아 있을때 유난히 심했지만  난 또 무심히 넘기길 반복.

몸이 보내는 고장신호도 못알아보고  내 몸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 아니 방치가 아니라  넘치는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몸에 이상이 생길리 없다는  그런 부려서는 안될 자신감

 

 

 

 

내 몸은 몇 년간 끊임없이  SOS 를 보냈지만  나는 계속 묵살했고  그런  날 기다리고 있는건  순대공장 같은 수술실이었다

 

 

 

 

 

 

 

+

계단에서 구를 2005년 당시  , 난 군살없이 날씬했고 하루 한 두시간씩 운동을 꾸준히 했다.

2006년 겨울부터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하루 8시간 이상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생활을 시작.

2009년부터는 하루 서너시간의 수면이 전부였고 살이 찌기 시작 (수면이 부족하면 살이 찌는게 맞다 - 몸의 균형이 깨진다)

2010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한 해였고 살은 더 쪘으며  내 허리는 결국 열받아 파업선언.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필요한건  날씬한 몸 + 꾸준한 운동 + 충분한 수면